[전시리뷰]
제 17회 국제차문화대전 2019 다녀오다.
글. 사진 루틴매거진
매년 여름 시즌이 되고 날씨가 한껏 더워지면 등장하는 차(Tea) 전시가 있습니다. 바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차문화대전’ 입니다. 현재 서울 코엑스에서 매년 개최되는 음료 관련 전시들은 ‘세련미와 기술의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카페쇼(Cafe Show) 혹은 커피엑스포(Coffee Expo)와 ‘전통과 정통의 뿌리를 지켜나가겠다는 국제차문화대전(Tea World Festival)이 대표적인 전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그외에도 음료 관련 전시들은 매년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2019년에도 어김없이 ‘국제차문화대전’은 전시장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관람객들에게 향기로운 차향을 풍겨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전시기간은 2019년 6월 13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서울 코엑스 전시홀A 에서 진행됩니다. 참가업체는 약 300여개가 참가중이며, 최근 2년간의 전시방문객 수를 감안하면 매년 약 4-5만여명 정도 방문자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국제차문화대전은 주로 한국차(녹차, 황차, 한국홍차, 기타 대용차 등)와 중국차(흑차, 백차, 우롱차 등)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많은 도예가의 도자기 작품들과 다양한 차도구 제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좀 더 다양해지는 한국차의 세계
일반적으로 우리는 한국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는 것이 바로 ‘녹차’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차는 푸르른 녹빛을 띄고 옅은 수색을 보여주는 ‘녹차’가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한국차의 다양성은 꾸준히 개발되어 왔고, 이제는 형형색색 색과 맛을 보여주는 한국차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전통적인 방식을 따라서 만드는 잎차들도 있는 반면에 별도 재료를 첨가하여 만드는 블렌딩차 그리고 차나무의 찻잎이 아닌 재료로 만드는 대용차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 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녹차 중 구수한 향과 맛의 대표적인 ‘호지차’의 등장도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한 다원의 대표는 직접 일본에 건너가 호지차의 제다과정을 공부하고 전수 받아 한국에서 생산을 시작했다고 전하였습니다.
그 외 본래 ‘떡차’라고 불렸던 장흥의 청태전 또한 꾸준히 전시장에서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고, ‘한국형 홍차’로 불리는 차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형 홍차의 경우 중국이나 일본의 홍차와는 분위기가 조금은 다르고 인도, 스리랑카 등 서양 홍차들과는 다른 향미를 보여주는 차였습니다.
한국시장에서 인기있는 중국 및 대만차
사실상 중국차와 대만차의 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보이차의 열기는 최근 몇 년간 최고치를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최근 대만차 브랜드의 강세로 많은 대만 내 티-브랜드들이 한국 카페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중국과 대만차들의 공급과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전체적인 차 시장의 규모는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다만, 과거 서양 홍차의 수요 증가로 인해서 한국 전통차의 입지가 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문제에서 현재까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으며 오히려 최근 몇 년간 중국 및 대만에서 들여오는 차들의 강세가 꾸준히 이어짐에 따라 한국차들의 경쟁력은 아직까지 약하다는 평가입니다.
중국이나 대만은 전통적인 방식의 차우림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에게 흥미를 주고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식의 비지니스를 꾸준히 개발하고 개선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세련된 이미지의 카페나 음식점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한국차 또한 중국이나 대만과 다르지 않게 주로 다관이나 도자기 등 전통적인 차도구를 이용해 차를 우려냄으로써 향과 맛적인 부분에서는 전혀 뒤쳐지는 부분이 없으며 느림의 미학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도 비슷한 맥락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국차는 현대인들에게는 ‘조금 더 불편하고, 번거로운 취미 생활’이라는 인식이 생겨있는 반면에 중국과 대만의 차-음료 트렌드는 한국인들에게도 꽤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표적으로 버블티, 밀크티, 아이스티 등 여러가지 음료의 형태가 개발됨에 따라 차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분명 한국을 대표하는 차들도 버블티나 기타 유형의 음료를 만들 수 있지만 그 만큼 유행을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에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물론, ‘말차’를 이용한 음료도 많이 생겨났지만 해당 부분 또한 일본 ‘맛차’의 영향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도 중국차와 대만차 부스의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중국 보이차를 향한 열기부터 최근 한국에 수입이 되기 시작한 육보차, 호남흑차 등 여러 흑차의 인기도 두각을 보였으며, 대만차 중 우롱차를 다루는 부스는 매번 시음을 원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최근 한국에 ‘육보차’, ‘호남흑차’ 등 다양한 흑차들이 수입됨에 따라 과거 보이차에 열광했던 사람들도 점점 다른 흑차의 매력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신규 브랜드 및 새로운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세련되고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에게도 선보일 수 있는 형태의 차를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맛과 향보다는 잘 포장된 제품들이 더 인기있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
셀럽들의 등장으로 후끈해진 전시장 분위기
이번 국제차문화대전에는 예정되어 있지 않았던 셀럽들의 등장으로 전시장 내부의 열기가 한 껏 고조가 되었습니다.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극한직업’의 배우 류승룡, 이하늬, 공명, 진선규, 이동휘씨와 개그맨 정종철씨가 국제차문화대전을 방문했습니다. 평소에도 차에 관심이 많았던 류승룡씨는 전시장에 다른 배우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일일 홍보대사와 같은 역할을 하셨다고 합니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유명인이 등장하는 곳은 항상 분위기가 화기애애 해지는 것 같습니다. 과거 가수 이효리씨, 방송인 이휘재씨, 가수 헨리 등 여러 셀럽들 또한 차에 대한 관심을 매체에서 보여주었고 평상시에도 차를 즐기는 모습이 방송에 보여지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10대부터 60대까지 즐길 수 있는 볼거리 마실거리.
매년 국제차문화대전은 조금은 올드하고 딱딱한 전시성향으로 인해서 걱정어린 말소리가 빈번하게 들려왔습니다. ‘너무 전통적이다, 분위기가 무겁다. 진입장벽이 높은 것 같다’ 등 여러 의견이 있어왔으며, 주최측 또한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매년 관람 연령층의 비교 수치를 해보면 40-50대의 방문이 유독 높았던 5여년전에 비해서 최근 1-2년간의 10-30대의 방문자 수가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최측에서도 “점점 차에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 관련 학과나 학교의 학생들의 참관인원수도 늘어나고 있으며 일반인들에게도 ‘차(Tea)’의 진입장벽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젊은 연령대인 10-30대를 위해서 막연하게 전시의 성향을 과거와 다르게 100% 뒤집기는 어렵다” 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차 업체들이 꾸준히 전시를 참여하면서 본인들의 제품을 더욱 더 개발 & 개선함과 동시에 앞으로 차 생활을 이끌어 갈 만한 10-30대들의 관심 또한 이끌어 올 수 있는 제품들이 생겨날지에 대한 부분도 눈여겨 볼 점입니다.
오히려 ‘#갬성’이란 신조어로 10-20대 사이에서 유명해지는 것이 바로 ‘#레트로감성’ 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점에 감안하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 또한 비춰질 수 있겠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관람중인 한 20대 관람객은 “이번 전시를 통해서 다양한 차를 경험해볼 수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차들이 있는지 모르고 살았다.”고 언급했으며, 10대 관람객들은 “조금은 올드한 느낌이지만, 신기한 것들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인것 같다” 고 덧붙였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아쉬운(?) 전시 스타일.
혹자들은 ‘국제차문화대전’을 다녀오고 나서 이런 언급을 하곤 합니다. “전시의 구성이 매년 똑같다. 색다를게 없어서 아쉽다” 그러나, 실상 주최측이나 참가업체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차문화의 전통과 정통을 꾸준히 지키며 전시회를 10여년 이상 이끌어 온 곳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시주최측 입장에서는 “한국의 다양한 차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다양한 차도구의 작품성과 편리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차문화의 뿌리깊은 생각부터 현대에 이르러 가지게 된 차생활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입장에서 보면 필요한 구성이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비교적 올드하고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를 해소하고자 다양한 볼거리나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위해 항상 고민하고 개선하려고 하고 있다.” 라고 말합니다. 참가업체측 입장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차 문화에 속에서도 다양성과 세련미는 찾을 수 있다. 꼭 현대적인 시대 속에서 유행에 재빠르게 대응하진 못하더라도 충분히 우리 것만의 매력은 있다.” 라고 말합니다. 분명 누군가는 지켜야하고, 누군가는 보여주어야 하는 입장에서 소비자들을 위해 민감하게 변화하는 것은 전통과 정통을 이어가야 하는 입장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카페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세련미나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지루하고 색다를게 없는 전통적인 전시의 구성일 수 있습니다. 허나, 카페쇼, 커피엑스포, 스위트 코리아, 디디쇼 등 현대적인 미를 강조하는 전시들과는 지향하는 방향이 다르며, 국제차문화대전은 사실 상 비교 대상으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분명 젊은 층에서는 현대적인 세련미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을테고, 그 반대로 40-50대에게는 전통적인 문화가 좀 더 친숙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화하게 되면서 이런 연령층 구분 또한 모호해지는 시기가 올테고 현재의 모습이 미래의 모습이라고 획일화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다만, 그 시대에 지키고자 하는 것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제차문화대전은 분명 전통과 정통의 미를 보여주는 전시임에는 분명합니다.
※ 그 외 기타 전시 참고 사진을 아래에 공유합니다.
※ 이번 전시 리뷰에서는 모든 업체의 상호를 언급하지 않았으며, 특정 부스나 업체의 홍보 문구는 일절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전시 리뷰는 주관적인 입장을 포함할 수 있으며 루틴매거진에서 직접 촬영 및 작성한 내용으로 무단전재 및 재배포는 금지합니다. (routea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