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 & TISANE]
차를 우리는 방식에 따라 향이 달라질 수 있다.
글. 차마시는남자
우리가 일반적으로 차를 우리는 방법 중 따뜻한 물을 사용하여 우리는 ‘온침(How-Brew)’이라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오랜 역사 동안 차를 우려 마시는 방법은 조금씩 변해왔습니다. 처음에는 차를 끓여서 마셨고, 중간에는 갈아 마셨고, 지금은 우려 마시고 있습니다.
<시대적 변화에 따른 차를 우려 마시는 방법 차이>
▪︎ 당나라 시대 - 끓여서 마시는 ‘자차법’
▪︎ 송나라 시대 - 고운 가루로 만들어 물에 섞어 마시는 ‘점차법’
▪︎ 명나라 시대 & 그 이후 - 찻잎에 물을 부어 우려 마시는 ‘포차법’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따뜻한 물을 이용하여 우려 마시는 포차법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꼭 따뜻한 물로만 차가 우러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바로 차가운 물을 이용한 ‘냉침법’ 또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차가운 물속에 찻잎을 넣고 (일정 시간) 그대로 우려내는 방식입니다. 온침과 냉침법 사이에는 서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 오늘 이야기하는 ‘향이 차이’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향의 활동 즉 ‘발향’
‘발향’이라고 하는 향의 확산은 기본적으로 열에 쉽게 반응을 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집에서 먹는 음식을 냉장고에서 그대로 꺼내둔다고 해서 음식 냄새가 엄청나게 진동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가스레인지나 인덕션에 냄비를 두고 찌개나 탕을 끓일 경우에는 온 집에 음식 냄새로 가득하게 되죠. 즉, 발향을 하는 조건이 성립이 된 것입니다. 향을 가지고 있는 방향유(Essential Oil)는 가열이 되면서 공기 중에 향을 뿌리기 시작합니다. 인간은 그 향을 코로 맡게 되죠.
그러나 반대로 열이 가해지지 않는 경우에는 코를 가깝게 가져가지 않는 이상 향을 가지는 방향유는 크게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향을 이동하는 거리가 짧아지게 된 셈입니다. 결론적으로 열이 가해져 생기는 휘발성 향들은 열이 가해지지 않는 경우와 다른 성질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온침과 냉침 사이의 차이
특히 차를 이용한 티 베리에이션 음료에서도 이런 온침과 냉침의 차이는 충분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필자의 예를 들어보면, 중국에서 생산되는 ‘정산소종’이라는 홍차는 최초의 홍차라는 수식어가 붙는 차입니다. 특유의 훈연향과 과일향이 동시에 나타나며 베이스에 깔린 나무향과 단맛이 좋아 서양인들도 굉장히 선호하는 차이기도 합니다. (주로 내수용으로 판매될 때는 ‘정산소종’이라 부르며, 수출용으로 판매될 때는 영어적 표기로 ‘랍상소우총(Lapsang Souchong)’이라 부릅니다.)
이 차를 온침 했을 때에는 훈연향과 나무향을 강하게 느낄 수 있지만, 냉침방식을 사용 했을 때는 오히려 훈연향과 나무향은 현저히 사그라들고 오히려 과일향(과즙미)가 물씬 풍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찻잎에 열을 가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사이에 향에 관해 서로 다른 결과값이 나타나는 셈입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향의 등장?!?
베리에이션 음료를 만들 때에 많은 사람들은 사전(관능적)테이스팅을 온침 위주로 하는 편입니다. 물론 따뜻하게 우린 후 식혀서 마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내용을 전제로 보면 모든 차는 엄연히 다른 온침 그리고 냉침 두 가지 방식으로 모두 체크를 해봐야 본인이 원하는 음료 한 잔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따뜻하게 우려마신 차의 느낌이 좋아 베리에이션 재료로 선택 했으나 카페인, 카테킨, 탄닌 등 열에 민감한 성분들 때문에 냉침법을 선택했다면 생각과 다른 차를 만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찻잎이 가지고 있는 카페인, 카테킨, 탄닌 등의 성분들은 주로 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녹차를 우릴 때에 온도를 민감하게 조절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녹차류가 가장 많은 카테킨류를 함유하고 있으며 이는 쓰고 떫은맛을 쉽게 만들어냅니다.
최근 몇 년간 맛이 부드럽고 쓰지 않고 떫거나 텁텁하지 않은 밀크티가 대유행을 하면서 냉침법은 이제 흔한 방법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유명 브랜드에서 냉침 방식으로 밀크티를 만들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관심은 메이킹 과정에까지 닿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냉침은 음료의 질감을 바꿀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온도 차이로 인해 우려진 차의 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물론 냉침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향을 일부러 선택한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본인이 원하는 향이 온침을 했을 경우에 나타난다면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 될 것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우림 방식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온침과 냉침 그리고 수비드(Sous-Vide)방식’을 모두 고려해보세요.
열과 향 사이에 엮인 복잡한 숙제
(우려진) 차의 향은 온도에 따라 다른 결괏값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는 실생활에서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음식을 가열 조리하는 경우나, 여름철에 땀을 흘리면 땀 냄새가 어느 계절보다 심한 이유는 바로 향에 열이 가해지면서 ‘발향’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음료를 만드는 사람들에겐 꼭 숙지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막연하게 냉침을 하는 이유를 카페인, 카테킨, 탄닌의 추출 차이로 본다면 한 쪽 면만 보고 있는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또 한 가지!
위 세 가지 성분이 열에 민감하게 반응하더라도 결국 용매제 역할을 하는 물, 우유, 알코올 등에 오래 담겨있다면 카페인, 카테킨, 탄닌 성분들은 충분히 많이 추출될 수 있습니다. 이는 콜드브루나 더치커피와도 비슷한 개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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