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새로운 분야 ‘티칵테일(Tea-Cocktail)’, 해석과 접근
글. 사진 김경술 대표(365 베버리지 라운지) / 편집 루틴매거진
이제는 오래된 것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많은 시대입니다. 전통과 정통에 대한 가치와 의미는 분명 지켜져야 할 부분이지만, 우리가 경험하고 살고 있는 ‘삶’ 이란 시장 속에서 그들이 필요로 하고, 의미를 두는 니즈(Needs)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을 해봐야 하는 시기입니다. 많은 장르에서 새로운 시도가 일어나고, 그에 환호하는 이들이 생기는 것은 바로 ‘지루함’보다는 ‘색다름, 신선함, 엣지있는’ 일상에 가치를 더 두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칵테일 분야에서 새롭게 펼쳐지는 뉴 월드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티-칵테일, Tea-Cocktail’이라 부르는 이 분야는 믹솔로지(Mixology)에 포함되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차를 이용하여 시그니처 알코올 음료를 만드는 것’이라 설명해 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 한국에서 개최되고 있는 여러 티(Tea)관련 경연대회에서도 ‘티 베리에이션(Tea Variation)’ 분야라 부르며, 이를 새로운 음료 분야로 구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 ‘섞는다’는 개념보다는 ‘기술 & 퍼포먼스 & 맛과 향’ 등의 여러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심사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분야이고 전 세계적으로 이론 정립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분야이다보니 앞으로도 개선 되어야 할 부분들이 많이 지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작이 반’ 이라는 의미에서 보듯이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와 발전을 통해서 새로운 분야에 관심과 니즈(Needs)를 충분히 이끌어 올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칵테일 역사 속에 차(TEA)가 등장했는가?
실제 칵테일 역사 속에서 차는 등장한 바 있습니다. 알코올음료나 혼합음료 분야에는 차를 사용한 기록들이 종종 남아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클래식 칵테일’이나 큰 범위의 믹솔로지에서 차를 재료로 활용하여 음료를 만드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찾아보기도 합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1727년, ‘펀치(Punch)’라는 음료가 등장하던 시기에 차는 ‘펀치’를 만들 때 사용하는 부재료로 이용된 적 있다고 합니다. 당시 펀치는 현재 오늘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칵테일(Cocktail)’이나 ‘사워(Sour)’라고 부르는 분류에 많은 영감을 주게 되었습니다.
※ 현대에 들어 ‘차(TEA)’는 음료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식재료로써 좋은 재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펀치’는 알코올, 물, 단맛, 신맛 그리고 향미적인 요소로 구성되어 만들어졌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올드 스타일(Old Style) 칵테일 중 ‘올드패션드(Old Fashioned)’라고 부르는 칵테일의 초창기 모습을 보면 기본적으로 알코올, 물, 설탕(단맛), 쓴맛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미국 바텐더가 말하는 ‘차(TEA)’란?
미국 유명 바텐더들의 대부로 불리는 제리 토마스(Jerry Thomas)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차는 보통 물과 함께 사용하는데, 특히 펀치 속에서는 좀 더 복잡한 향미를 연출 할 수 있다.”
by Jerry Thomas
당시 미국 바텐더들이 사용했던 차들은 대부분 ‘녹차‘ 일 거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사용한 차에 대한 언급을 보면 ‘일반적으로 느낌이 굉장히 날카롭고 쓰고 떫은맛을 가지고 있으며 풍부한 향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부분은 칵테일에 포인트를 만들어 주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며, 이러한 역할을 하는 비터(Bitter)의 특징과 비슷한 부분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이 전반적인 칵테일에 대한 역사와 차와 연관된 내용을 요약한 부분입니다. 한 번 더 칵테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현대 시대에 우리가 알고 있는 칵테일들은 ‘펀치(Punch)’ 메뉴의 진화한 버전이라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슬링, 비터 슬링, 사워, 피즈, Duos, Trios’ 등이 그러한 예라고 말합니다. 이렇듯 과거의 펀치 음료는 현대에 와서는 그 모습이 완전히 다르게 변화해왔다고 볼 수 있지만 재료를 ‘섞는다‘는 의미만 두고 본다면 과거도 현재와 일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칵테일의 역사에서 차는 술을 묽게 하는 용도나 펀치에 첨가하는 용도 정도로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차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우려서 사용했고, 차를 선택 시 질 좋은 잎차를 위주로 사용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사실이 차의 부흥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차는 오늘날에 들어 각종 식음료 분야 속에서 좋은 재료로 인식되고 있고 특히 서양에서는 칵테일을 만들 때 차가 주는 다양한 장점을 통해서 색다른 방식으로 활용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칵테일 부흥기 속 등장하는 차
칵테일 부흥기의 주역 중 한명인 ‘Gaz Reagan’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가 저술한 ”The Joy of Mixology” 라는 책에서 “Various and Sundry Supplemental Ingredients” 라는 말과 함께 차(TEA)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언급했습니다.
“차(Tea)는 굉장히 드물게 칵테일 재료로 사용된다. 그러나 그것을 대체할 만한 것도 사실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재료를 가지고 몇 가지 실험을 해봤다. 그리고 이제 충고를 하자면 차를 이용한 칵테일을 만들려면 차를 우릴 때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다소 더 강하게 우려야 할 것이다.”
by Gaz Reagan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활동하는 바텐더들은 다양한 정보를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에서 접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칵테일에 관한 서적이나 정보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관련된 서적이나 정보들을 보면 찻잎을 이용해 칵테일을 만들 때 사용하는 기본적인 방법들이 나와있습니다.
먼저, 차를 우려낸 다음 찻물을 순수한 알코올 혼합물에 섞거나 다른 형태의 혼합물에 첨가하는 방법입니다. 만약 차나 술의 향미가 희석되더라도 상관이 없다면 이런 방법도 활용하기 편한 방법일 순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방법을 사용하게 되면 최종 결과물이 보여주는 알코올 도수나 전체적인 특징에서 상상했던 것보다 약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예외적인 예로, 겨울철에 즐겨찾는 ‘핫토디(Hot Toddy)’ 메뉴나 ‘마살라 차이(Masala chai)’를 만들려고 할 때는 위와 같이 찻물로 칵테일을 조금 희석하는 방법이 오히려 괜찮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적인 칵테일의 공식을 따르는 것을 추천하는 편입니다.
※ 일반적인 칵테일의 공식이란?
바텐더의 입장에서 알코올이 가지고 있는 향과 맛 그리고 기타 관능적인 느낌을 살리는 방법. 즉, 일정 알코올 도수를 유지한 채, 맛과 향의 하모니를 이끌어내는 공식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바텐더들은 칵테일을 만들 때 기본적으로 베이스가 되는 스피릿(Base Spirit)에 초점을 맞추게 되며, 다른 재료를 섞더라도 그 베이스의 맛과 향을 더욱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조주를 하게 됩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칵테일을 만드는 방향과 공식입니다.
그저 차를 강하게 우려서 술과 함께 섞는다고 해서 티-칵테일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만약, 차와 술을 단순히 섞었을 때는 오히려 전체적인 맛과 향이 묽어질 뿐, 그 이상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칵테일 조주 시에 간헐적으로 사용하는 ‘비터(Bitter)계열’ (주로 우리가 한두 방울 떨어뜨려 사용하는)을 사용하면 칵테일의 맛이 진해지고 강렬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차도 허브나 향신료 계열의 비터처럼 사용하게 되면 칵테일 조주 단계 상 향미를 부각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티 칵테일 속 차의 존재감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미국 내에서 활동 중인 한 바텐더는 클래식 진-사워(Gin-Sour)를 트위스트해서 얼그레이 진-사워(Earlgrey Gin-Sour)를 만들었는데 이때 얼그레이로 인퓨징한 진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칵테일은 모던 클래식 칵테일 방식을 따라 하지만 티칵테일을 만드는 방법 중 차의 향미를 살려 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한 가지입니다. 해당 방법은 많은 바텐더들에게 티칵테일에 대한 영감을 주게 된 방법이기도 합니다.
특정한 스피릿이나 기술로 차의 향미를 더 잘 살릴 수 있나?
차의 특징을 잘 이끌어내기 위해서 특정 스피릿을 사용해야 한다는 룰은 없습니다. 단지 믹솔로지에 관한 배경 지식이나 칵테일을 만드는데 알아야 할 기본적인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차를 인퓨징 하더라도 그때그때 목적에 따라 특정 스피릿을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꼭 스피릿 선택으로 인해서 차의 향미가 좌지우지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조주 기술을 달리함으로써 칵테일의 느낌에 다양한 차이를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셰이킹(Shake)을 하게 되면 음료에 ‘시트러스함, 상쾌함, 거품의 부드러움’을 강조할 수 있으며, 스터(Stir)기법으로 칵테일을 만들게 되면 ‘샤프하고 풍미가 짙고, 알코올 농도가 강한’ 칵테일로 연출할 수 있습니다.
차는 기본적으로 쓰고 떫은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차를 알코올에 강하게 인퓨징하게 되면 쓰고 떫은맛이 나타나게 되고 실제 비터(Bitter)류를 사용했을 때와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쓰고 떫은 맛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면 인퓨징되어있는 스피릿을 사용할때에 고려할 부분이 많이 생기게 됩니다. 예로, 사워(Sour)계열의 티 칵테일을 만든다면 베이스 스피릿에 차를 인퓨징해두고 사용하더라도 신맛과 단맛이 강조되는 특성상 차의 쓰고 떫은맛이 감쇄되어 좀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사워 칵테일이 일반적으로 강한 신맛과 단맛을 가지게 되고, 이는 차의 쓰고 떫은 느낌(찻잎의 여러 성분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현상)을 무디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차를 활용하는 또 다른 예를 들어보면 스터(Stir) 방식을 사용하는 칵테일 중에 ‘맨해튼(Manhattan)’이라는 칵테일이 있습니다. 해당 칵테일은 샤프하고 풍미가 짙은 것이 특징인데, 베이스 스피릿에 찻잎을 인퓨징해서 사용하는 것이 추가로 차를 물에 우려서 사용하는 방법보다는 좀 더 짙은 맛을 연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차를 이용하여 티칵테일을 만들 때, 다이렉트 인퓨징(Direct Infusing)방식을 자주 사용하곤 하는데, 이 또한 여러 가지 옵션이 존재합니다. 베이스 스피릿에 차를 인퓨징하게 되면, 위에서도 언급한 대로 쓰고 떫은맛이 동시에 나타나는 결과가 생깁니다. 하지만, 쓰고 떫음은 단맛과 신맛으로 일부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베이스 스피릿이 아닌 단맛이니 신맛을 베이스로 가지고 있는 기타 주류(와인, 베르무스, 리큐르 등)에 인퓨징하여 사용하는 방법도 제안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알코올 도수가 낮을수록 쓰고 떪음을 적게 느낀다는 점을 이용하여, 티칵테일을 만든다면 좀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다이렉트 인퓨징을 해볼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단맛이 강한 베르무스(Vermouth)에 차이(Chai)를 인퓨징 한다면, 베르무스의 단맛과 차이(향신료적인)의 강한 향이 중화되어 좀 더 부드러운 칵테일 향미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Writer's Comment
술과 차를 함께 사용하는 것은 믹솔로지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이며 색다른 칵테일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다만, 차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칵테일을 만들었을 때에는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서 티칵테일을 만들고, 그에 맞는 결과물로 대중에게 다가간다면 '티칵테일' 분야도 충분히 흥미와 관심을 이끌어 올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욱더 발전하고 성장해 나갈 '티칵테일'에 대해서 모두가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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