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 TALK]
음료 계량이 목적과 중요성
글. 루틴매거진
혹시 계량이란 단어를 모르시는 분들은 없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계량(= ‘計量, Measurement’)은 말 그대로 ‘1. 수량을 헤아림. 2. 부피, 무게 따위를 잼’ 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음료를 만드는 분들에게는 절대적으로 기억해야 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매년 5월 20일은 ‘세계 측정의 날’로 지정되어 기념적인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모르시는 분들이 대다수 일 거라 생각합니다.)
계량은 특정 분야에선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이를 무엇보다 강조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번 티 토크에서는 ‘음료의 목적과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아마 많은 음료 관계자들은 5월 20일 측정의 날을 맞이하여 비슷한 생각을 자주 할 거라 생각합니다. 계량은 음료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이며 가장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계량을 통해서 한 잔의 음료는 첫 단계를 거치게 되며, 원하는 맛 혹은 의도에 맞춰진 한 잔이 만들어지게 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이 되고 필수적인 ‘요소’를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손의 감각(일명 ‘손맛’이라 부르는)에 의존하는 분들도 가끔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은 어떠신가요?

음료에서 계량은 일반적으로 ml, mg, l(L), g, kg, oz 등의 여러 단위를 사용합니다. 그중에서도 ‘g, oz, ml’는 음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흔히 사용하게 되는 단위들입니다. 음식을 다루는 사람, 음료를 만드는 사람, 모두가 레시피를 만들 때에는 해당 단위들이 필수적으로 쓰이게 됩니다.
음료 분야에서 예를 들면, 가장 흔히 사용하는 단위는 바로 온즈(oz)와 밀리리터(ml)입니다. 1온즈는 일반적으로 30ml를 의미하고 반대로 30ml는 1온즈를 의미합니다. 이렇게 자주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분명 서점에서 관련 서적을 찾아본다면 두 가지 계량 기호는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분명 이렇게 정해진 룰 안에서 기호와 숫자로 한 잔의 음료를 정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정확한 정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대중’으로 음료를 만들게 된다면 항상 그 맛이 유지되면서 일정하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물론, 눈대중으로 만들어진 음료도 맛있을 수 있으며, 옛 어른들 말씀에 ‘음식은 손맛이다!’라는 말에 대해서 부정하긴 어렵다는 것도 압니다.
그럼, 계량의 필요성과 목적은 어디서 찾아야하나?
우리가 ‘계량’이란 단어를 배우고 실천하고 그리고 스스로 습관화해야 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필연적 관계를 가지고 있을까요? 단순히 ‘맛’을 좌지우지하는 방법으로 생각해야 할까요 아니면 한 잔의 음료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도덕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하나의 규정 혹은 룰’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사실 계량이란 행위는 각자 어떠한 실용적인 목적과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보여 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어느 한 쪽 방향을 정답이라 주장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파전을 부치시는 할머니가 파전 한 장을 위해서 정확한 계량을 하시진 않습니다. 또한 어머니가 김치를 담그실 때도 고춧가루와 젓갈의 양은 눈대중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맛이 없었나요? 전 항상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만, ‘계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자주 언급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닌 음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애티튜드’ 즉 기본자세이며, 음료의 시작이라고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시럽 한 방울 두 방울이 모여 더 단 맛을 만들고 소금 한 톨 두 톨이 들어가 더 짠맛을 나타내며 얼음 한 개 두 개의 차이가 전체적인 맛의 농도를 짙게도 혹은 옅게도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음료를 만들어 서빙을 하는 전문 서비스 업종 관계자가 아니라 일반인이라면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아닐 수 있습니다. 맛이 이렇든 저렇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진 않으니까요. 하지만, 한 잔의 음료를 제공함으로써 그만큼의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고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이라면 꼭 생각을 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여러가지 계량 툴은?
1. (눈금이 들어간) 계량컵
계량컵은 요즘에 많이 쓰이는 도구 중 하나입니다. 쉽게 계량할 수 있고, 세척도 용이하며 대용량의 음료를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계량컵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편평한 곳에서 사용을 꼭 해야 하며, 주로 ml, l, oz 개념으로만 사용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2. 전자식 저울
주로 카페에서 물, 커피 혹은 기타 부재료의 질량을 측정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도구이며, 단위로는 g, ml, cc 개념을 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계량컵과 동일하게 편평한 곳에서 사용을 꼭 해줘야 합니다. 편평하지 않은 곳에서 저울을 사용할 경우 정확한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3. 지거(Jigger, 바텐딩 툴)
주류를 주로 다루는 바 혹은 라운지의 경우 주로 사용하는 툴이며, oz, ml 개념을 기본적으로 사용합니다. 바텐딩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도구이며, 계량컵이나 저울처럼 바닥에 두지 않고 직접 손에 끼운 상태에서 사용하게 되는 도구입니다. 다만, 지거의 경우 눈금이 있는 제품과 눈금이 없는 제품이 존재하는 데 정확한 측정(계량)을 위해서는 무수한 연습과 안정적인 자세가 필수입니다. 지거에 액체를 담는 과정에서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타날 수 있으며, 지거를 곧게 잡지 않고 비스듬히 지거를 파지할 경우에도 계량 차이는 일어날 수 있습니다.
눈 대중으로 만든 메뉴는 문제가 있는것인가?
위에서도 언급을 했었지만, 눈대중으로 음료를 만든다고 해서 절대적으로 ‘맛이 없다’ ‘음료에 문제가 있다’ 라고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분명 만드는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서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한 잔의 음료를 수백번, 수천번 만들어봤을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 모든 재료를 계량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주로 눈 대중 즉 경험치로 음료 한 잔을 만들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이 습관화되거나 계량 자체를 무시하게 된다면 이는 절대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계량은 정해진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해야 하는 룰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변화에 맞춰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준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눈대중으로 음료를 만드는 사람에게 별도의 음료 주문을 넣었을 시, 음료의 맛 변화는 가감에 기준이 아니라 또 다른 눈대중으로 만들게 됩니다. 즉 ‘이 정도면 될까?’ 하는 생각으로 상황을 대처하게 됩니다. 하지만 계량이 익숙한 이에게는 손님의 요구에 따라서 기존 레시피 보다 비율적으로 양을 가감하여 효과적으로 한 잔의 음료를 제조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옳은 자세입니다. 두 번, 세 번 똑같은 메뉴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계량은 꼭 필요한 기준입니다.
눈대중으로 음료를 만들더라도 분명 맛있게 만들 수 있지만, 매번 똑같이 만든다는 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계량의 목적과 필요성을 주장하는 포인트입니다. 음료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매번 똑같은 음료를 제공하기 위해서 정확한 레시피를 만들고, 수정하고, 체크해야 하는 의무를 스스로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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