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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이제는 시간을 팔고 사는 시대.
글. 차마시는남자
우리는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말을 입이 마르도록 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해서 깊게 생각을 해본적은 많지 않을것 같습니다. 이제는 업종을 불문하고 수시로 트렌드나 유행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식음료 분야는 빠르고 어려운 분야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모든 흐름의 주체는 소비자 위주로 맞춰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소비하는 사람들보다 판매하는 사람들에 의해 변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소비자의 호응이 곧 유행이고, 트렌드로 해석되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음료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비자(=고객)들은 굉장히 필요한 존재이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불편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업을 이어가기 위해선 누구보다 소중한 요소인것도 맞지만 어떤 경우에는 업을 포기하고 싶게끔 만드는 존재이기도 하다는거죠. (물론 극소수의 사람들 때문이죠. 일명 ‘진상’)
그런데 이런 소비자들의 취향이나 입맛이 빠르게 변화하게 되면서 업계 종사자들은 매번 고민과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그때 그때 흘러갈 ‘유행’일지, 아님 판을 뒤집을 ‘트렌드’인지 말입니다. 이런 과정들이 결정에 혼선을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업계 종사자들은 그 변화에 발 맞춰 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소비되지 않는 물건은 존재 의미가 흐릿해질 수 있으니까요. 팔고자 하는 아이템을 사고자 하는 사람의 니즈에 맞춰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 손님들이 이해해주는 건 그들만의 ‘고집’이요, 손가락질 한다면 ‘아집’밖에 되지 않습니다. “
아집은 곧 ‘END’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맛’보단 ‘시간’이 중요한 시대.
시대가 변화하면서 가장 크게 변화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시간에 대한 생각과 가치’입니다. 약 5년 ~ 10년전만 할지라도 ‘맛’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고 전부였습니다. 쉽게 말해 ‘맛만 확실하다면 맛집되기는 쉬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맛만으론 무기가 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시간을 팔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 이야기하는 시간을 판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사람들의 생활이 넉넉하면 넉넉할수록, 팍팍하면 팍팍해질수록 시간의 의미는 커지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24시간 동안 나에게 쓸 수 있는 시간, 혹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큰 의미를 가지게 되면서 돈보다는 시간의 가치를 더욱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되었단 말입니다. 즉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차 한 잔을 마시더라도 맛은 기본이요, 그 순간의 시간이 중요해졌다는 말입니다.
시간의 가치를 기록한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시간’이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가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그 순간을 기록함으로써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들어, ‘아 맞아! 이때 좋았어, 아직도 그때가 기억나!’ 하면서 사람들은 회상에 젖기도 하고 그때의 가치를 기억하려고 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여러장의 사진을 찰칵 찍어내는 행위가 단순한 습관이나 허세의 모습이라고 여기기 어렵듯이, 시간의 기록은 이제 스스로의 가치를 가지기 시작했고, 비지니스적인 입장에선 팔아야 하는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카페 내에 별도의 포토존이 생기고 독특한 오브제를 필요로하며, 공간을 더욱 더 멋지게 꾸며내고자 하는 욕심은 꼭 업주만의 니즈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고객의 니즈를 잘 이해해주는 공간은 그 만큼 SNS를 통해 잘 알려지고 있습니다.
과거엔 가족단위로 여행을 가거나 학교나 단체에서 외부활동을 하다보면 사진이 기억의 전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때는 직접 인화한 사진을 앨범에 보관하곤 했지만, 요즘 시대에는 디지털 사진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많은 온라인 매체에 일기처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서로 교감하기 시작했고 영향 받기 시작합니다.
소비자들은 그 시간을 기록하고 싶어하고, 업주는 그 시간을 판매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맛이 전부인 시대는 지났습니다. (‘뉴트로(NEWTRO)’ 또한 과거의 시간을 판매하는 유행의 일종이라 생각됩니다.)
과함과 과하지 않음의 경계는 모호하다.
그럼 많은 사람들이 화려하고 독특한 공간만 좋아하는 것일까요? 라고 질문을 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YES’라고 외치진 않을것 입니다. 우리는 과하지 않는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특별함을 느낄 수 있어야지 성공적인 시간 소비라고 생각합니다. ‘모던’에서 ‘빈티지’를 찾는 것처럼 어휘의 모순인것 처럼 ‘과하지 않은 공간’에서 ‘특별함’을 느끼기란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봅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과하지 않은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안정감을 느끼는 편입니다. 반대로, 과하다고 느껴지는 공간에서는 불편함과 동시에 스스로 피로를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공간은 과하지 않되 서비스는 과하게 하자는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즉 과한 서비스란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모든 공간에 배려와 친절을 심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있는 것만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공간이 주는 친절함과 감사함에 스스로 특별함을 느끼는게 요즘 소비자들입니다.
혹시 ‘화장실 맛집’이라고 아십니까? 그 말을 이해한다면 당신은 충분히 소비자에게 배려심 깊은 친절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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