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TERVIEW]
두보의 시를 좋아하는 여의도 증권맨, 김진혁님
글, 사진 황명은
아직은 서늘한 바람이 여운을 남기듯 겨울의 꼬리를 잡고 있는 듯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봄이 곧 다가오는 만큼 당나라 시성 ‘두보’의 시 춘야희우(春夜喜雨)에 나오는 시구처럼 봄비가 만물을 깨우는 때를 기다리며 네 번째, 티터뷰를 시작합니다.
두보는 중국 당나라 시대의 유명한 시인이에요. 시를 잘 써서 시의 성인이라는 뜻으로 '시성'이라고 불리기도 해요. 두보는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도 시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했어요. 그의 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중국 문학사에서도 큰 영향을 끼쳤어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춘망', '등악양루', '삼리삼별' 등이 있어요.
오늘 만나뵈는 티터뷰 주인공은 현재 여의도 증권가에서 일하는 직장인이고, 특히 두보의 시를 좋아하며 차와 함께 소중한 기억들을 많이 만들어가고 계신 MZ세대 회사원 ‘김진혁’님을 만나 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먼저 김진혁님 자기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저의 이름은 김진혁이고 나이는 30세입니다. 여의도에 있는 증권사의 리스크관리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싱글 청년입니다.
“차를 자주 드신다고 하셨는데, 선호하시는 차가 따로 있을까요?”
네, 예전에는 보이차를 많이 마셨는데 근래에는 히비스커스차를 자주 마시고 있어요. 그리고 대만의 유명한 우롱차들도 즐겨마시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카페인에 대해 민감성이 좀 높아진 것 같아서 카페인이 없는 차 위주로 마시고 있고 그래서인지 히비스커스차를 더 자주 마시는 것 같아요. 자주 마시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전통차도 좋아해요. 감기 걸렸을 때는 생강차 같은 차도 좋아하고 대추차도 좋아해요.
“보통 MZ세대 분들은 밀크티나 티베리에이션 메뉴를 더 좋아할 것 같은데, 어떻게 보이차나 우롱차 등을 좋아하게 되셨을까요?”
사실 제가 차를 맨 처음 마시게 된 것은 중국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면서인데, 그때 차의 맛을 조금 알게 되었어요. 중국에 처음 갔을 때 음식이 너무 기름져서 그랬는지 갑자기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거의 한 달 만에 얼굴에 여드름이 엄청 많이 났어요.
그때 현지 한인교회의 사모님께서 차를 한번 마셔보라고 권유해주시면서 티백으로 된 차를 선물 주셨어요. 목사님 댁에 차를 마시는 도구와 차 판 등이 있었는데 댁에 방문했을 때마다 보이차를 자주 우려주셔서 마시게 되었어요. 종종 보이차 찻잎도 챙겨주셔서 기숙사에 돌아와서도 계속 마시다보니 학기가 끝날 때 쯤에 진짜 여드름이 많이 줄었어요.
중국 사람들이 이래서 차를 자주 마시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즈음에 차가 진짜 맛있는 거구나 하는 것을 처음 알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효능도 알게 되고, 차를 식후에 마시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 뒤로부터 특히 보이차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교환학생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면서 차를 많이 사 왔는데 어머니도 좋아하시게 되었고, 그때부터 저희 집에 차의 붐이 일었던 것 같아요.
제가 우롱차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대학에서 뵙게 된 교수님이 프로그램 세미나를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는데, 그 때 세미나 장소가 대만 타이베이였어요. 세미나 기간 중에 주최측에서 계속 우롱차를 주셔서 마시게 되었는데 너무 맛있게 마셨고 돌아올 때 공항에서 우롱차를 사서 돌아온 것 같아요. 아참, 대만의 명물 과자 펑리수와 같이 마시는 우롱차는 진짜 너무 맛있답니다.
저는 대학 시절에 중문과 복수전공을 했는데 교수님 연구실에 가면 차도구가 많이 있었고 어떤 수업에서는 같이 모여 앉아 토론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토론하고 있다보면 교수님이 우롱차나 보이차를 계속 따라주시면서 수업이 진행되었어요. 당시에 차를 마시며 중국을 주제로 토론하고 그랬던 낭만적인 학창 시절로 기억나요. 어떤 날은 3시간 동안 계속 차를 마셔서 그런지 집에 가서도 가슴이 두근거려서 밤에 잠 못 잤던 일도 있었어요.
제가 군대에 있을 때 군종병으로 근무했는데 군종실장님이 스님이셨거든요. 한번은 법당에 올라갔을 때 차를 따라주셨었는데 화장실도 못 가고 인생 조언을 들으며 계속 차만 마셨던 기억도 있어요.
이야기하다 보니 차를 마시고 좋아하게 된 저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 신기하네요.
“커피나 술보다 차를 더 좋아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제가 술을 안 마시거든요. 그 대안으로 선택한게 차인 것 같고 차를 마실 때도 술을 마시는 것처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차를 마시며 느낄 수 있는 분위기나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순간이 좋아서 차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건 완전히 제 개인적인 의견인데 차를 마시는 분들은 대부분 자기 분야에서 지식이 있으신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저도 인문학도이다보니 차와 그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가 좋고 역사 속에 차만의 스토리텔링이 있는 것도 매력으로 느껴져요.
그리고 저는 특히 차의 향을 좋아해요. 다른 음료에서는 느낄 수 없는 차만이 가지고 있는 깊이감이 있어서 좋고 차가 우려지는 과정과 그 모습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럼 차는 얼마나 자주 마시고, 자주 방문하는 장소가 있나요?”
요즘 날씨도 그렇고 목을 따뜻하게 하고 싶어서 따뜻한 차를 자주 마시는데, 하루에 한 잔 정도는 마시는 것 같네요. 보통 아침에 출근 후 회사에서 업무를 시작하면서 차를 마시는 편이예요.
일을 시작하면서 차를 마시면 각성도 되고 집중도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가끔은 집에서도 마시기도 하고 친구들, 동료들과 스타벅스 같은 카페에 가기도 하고요. 특별히 장소를 가리지는 않고 차를 마실 기회가 있으면 어디서든 잘 마시는 편입니다. 제 생각에는 회사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편인것 같아요.
“히비스커스차를 주로 마신다고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원래는 카페인 때문에 차를 잠깐 끊었다가 선물 받은 허브차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차를 다시 마시기 시작했어요. 그 때 선물을 받았던 차가 레몬머틀이었어요. 그리고 스타벅스 등 카페에 갔을 땐 카페인 없는 히비스커스나 다른 허브차를 즐겨 마셔요.
제가 보이차나 우롱차 계열의 차를 워낙 좋아해서 히비스커스가 맛이 좀 독특하고 시큼하기도 해서 처음에는 뭐지 했는데, 마시면 마실수록 마치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처럼 이상하리만치 계속 마시게 되더라고요.
“혹시 차를 마시면서 불편했던 부분은 있을까요?
차를 마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을 꼽아보자면, 제가 차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처음에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불편했어요. 예를 들어, 찻잎의 양을 얼마나 넣어서 마셔야 하는지도 몰랐고, 얼마나 우려마셔야 하는지도 몰랐죠. 우리는 물의 온도도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런 지식이 없다 보니 그냥 아무렇게나 마시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종종 내가 잘 마시고 있는게 맞나싶은 의문이 들 때가 있고 잘 몰라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카페인에 대해서 민감해저서 그 부분도 조금은 불편한듯 하네요.
“앞으로 마셔보고 싶은 차나 관심있는 차도 따로 있을까요?”
제가 아직은 차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서 특별히 어떤 차를 더 마셔보고 싶다는 것도 별로 없지만, 대신 다양한 차를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해요.
예전에 중국 충칭인가? 어딘가 정확한 장소가 기억나진 않지만, 빨간 알갱이로 된 차인데 물을 부으면 꽃잎이 펼져지는 것 같은 차를 맛보았는데 향도 좋았고 정말 맛있었어요. 아직도 그 차가 무슨 차 인지 몰라 다시 마셔보진 못했어요. 기회가 된다면 그 차도 다시 한번 마셔보고 싶어요.
“현재 하시는 일과 차가 가지는 의미상 공통 분모가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둘 사이에 연관성은 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일이 차분하고 침착하게 숫자를 봐야하는 업무거든요. 급하게 보려하면 안 보이기도 하는데 그러면 실수가 생길 수도 있고요.
저희는 돈을 다루는 회사이기도 하고 금융 쪽이기에 정확하고 오류가 없이 처리해야하는 업무들이 많고, 특히 저는 하루 종일 숫자만 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최대한 맑은 정신으로 일해야 업무를 잘 마칠 수 있어요. 실수로 졸거나 ‘0’ 하나라도 빠뜨린다면 업무에 큰 지장이 생길 수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차를 마셨을 때 기분을 맑게 해주는 느낌들이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저는 아침에 차를 마시면 마음이 안정돼요. 업무 특성상 차분히 집중해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일을 해야 하니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것이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과 큰 연관성을 가지고 있죠.
“본인에게 차는 어떤 존재일까요?”
차는 저에게 ‘사진’과 같다는 의미를 주는 것 같아요. 차를 마신 기억을 떠올려 보면 좋았던 기억밖에 없어요. 차를 마시면서 좋은 사람들과 대화하며 보냈던 시간이 추억으로 남는 것처럼요. 지금 참여하는 티-터뷰도 좋은 기억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아요.
오늘 이 시간 차에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들이 스냅 사진처럼 스쳐지나가는 느낌을 받네요. 보이차를 마시면 옛날 교환학생 시절의 생각이 나고, 대학 시절 교수님이 따라 주셨던 차와 수업 시간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차가 저에게는 좋은 기억을 다시 추억할 수 있게끔 해주는 ‘사진’과 같은 존재네요. 그리고 일상 속에서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그런 존재이기도 하고요.
春夜喜雨(춘야희우) 시인 杜甫(두보) 好雨知詩節(호우지시절) 當春乃發生(당춘내발생) 隨風潛入夜(수풍잠입야) 潤物細無聲(윤물세무성) 野徑雲俱黑(야경운구흑) 江船火燭明(강선화촉명) 曉看紅濕處(효간홍습처) 花重錦官城(화중금관성) 좋은 비 시절을 알아 봄이 되어 내리니 만물이 싹을 틔운다. 바람을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만물을 적시니 가늘어 소리도 없구나. 들길엔 검은 구름 가득하고 강가엔 고깃배 불빛만 밝다. 새벽녘 붉게 젖은 곳 바라보면 금관성에 꽃이 묵직하겠지.
※ 본 게시물은 루틴매거진에서 직접 기고한 내용으로 무단 전재 및 재배포는 금지합니다.
(기사 문의 및 기고 routean@gmail.com)